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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열받을 땐 거꾸로 말하라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469659.html

“배신자, 천하의 나쁜 놈, 살려줬더니 뒤통수를 치다니….”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망정이지 마음은 당장 욕설을 퍼붓고 귀싸대기를 올려붙일 기세다. 도움을 줬는데 왜 돌아오는 것은 분노의 고통일까. 상호성의 법칙(로버트 치알디니)의 규범이 깨진 파편 더미 위에서 마음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거래처 직원으로부터 상담성 질문이 날아왔다. “정말 관계를 살리는 언어의 기술이 있나요?” 상황도 상황이려니와 그렇게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나는 할 말이 없다. 나의 인간관계는 언어의 기술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에서 얻은 약간의 명성 덕분에 특정한 역할을 하게 된 관계에서 90%는 바닥 이하다. 좋은 일을 하고도 절대 쳐다보지도 않는 관계가 되는 것처럼 속상한 일이 또 있을까?

그 모든 관계를 죽이는 행위의 시작은 언어, 즉 말이었다. 독기를 품은 마음을 그대로 담은 말 한마디는 관계를 바로 즉사시키는 사약이었다. 그런데 마음이 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었으니. 독설에 욕설을 더하고도 모자라 주먹이 날아갈 지경이었는데 그만 어찌 혀가 잘못 돌아 ‘믿는다’고 말하는 바람에(분명히 ‘믿었다’라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발음이 헛나갔다) 관계가 살았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마음에서 말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간사하고 변덕스럽고 이기적으로 노는 마음이 하라는 대로 말을 한다면,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 세상은 존재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말은 마음이 낳아 마음의 품에서 자라는 마음의 새끼가 아니다. ‘생각과 말이 발생적으로 완벽하게 다른 근원을 가진다는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한다’는 주장(레프 비고츠키)에 기대어 마음과 말을 바라보면, 말로 마음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믿는다’는 말실수가 그만 시간이라는 묘약을 타고 관계를 완벽하게 복원하고 믿음 이상으로 살렸을 것이다.

언어의 기술은 분명히 있다. 기술 중의 하나는 마음이 시키는 것과 반대로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화가 나고 억울해서 몸부림을 칠 때 반대로 말을 하면 기적처럼 관계는 살아난다. 그렇게 했던 10%는 지속적으로 기대 이상의 신뢰관계에 있다.

탁정언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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